은밀: 은빛이 거듭된 풍경


기획전  /  2020. 11. 17 – 11. 28  /  KT&G 상상마당 (홍대)

전 시 서 문 / 권 주 희(독립기획자 스튜디오126 대표)


 

형상 너머의 형상, 고요속의 파동


“풍경은 자연이기 이전에 문화이며, 숲과 물과 바위에 투사된 심상의 산물이다.”  _사이먼 샤마


작가 조기섭은 눈 앞에 놓인 풍경을 바라보고 마음의 눈으로 해석한 심경을 그린다. 단순한 재현으로서의 풍경이 아닌, 자신의 마음 바닥까지 훑어서 과거에 쌓아 놓은 관찰 내용을 발견하기도 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작가가 그린 윤곽은 더는 실재하는 자연이나 풍경의 가장자리가 아니라, 작가 자신이 된 것의 가장자리이다.


조기섭의 작품에서는 고요함 속에서 파동이 일어나는 오묘한 운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멈춰있는 것에서 움직임을 추구 하는 파동은 감상자로 하여금 잔잔한 울림을 준다. 이러한 파동은 정(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동(動)적이며, 표면적으로는 고요해 보이지만 그 너머에는 파동을 품고 있어 살아있는 운치를 감각하 게 한다. 


이러한 움직임을 결정짓는 요소는 빛의 확장성이다. 백색도는 물체 표면이 사람의 눈에 하얗게 느껴지는 정도, 즉 흰색을 특정 짓는 양을 의미한다. 광원에 따라, 표면의 명암에 따른 시감각을 다 르게 표현한다. 백색도는 다양한 층위 안에서 돌출과 퇴보에 의해 반사율을 달리하며 독특한 환영을 보여준다. 


특히, <흐놀다> <넝쿨> 작품에서는 색을 함축하는 백색의 공간에 빛이 머물러 형상을 드러낸다. 은분과 금분, 호분만을 재료로 삼아 화면 가득 채우는 작품들은 빛을 머금고 주변 환경과 교류 혹은 반사하며 확장해 간다. 또한, 색에 형상을 가두지 않음으로써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동양의 미술에는 형태를 통해서 정신을 표현한다는 하나의 원칙이 있다. 비슷함과 비슷하지 않음의 사이에서 서성이는 것, 구상도 아니지만 추상도 아닌 것,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에 자리하며, 형태와 정신의 경계에 있음을 뜻한다. 


Zen-(백법)시리즈인 <반가사유상> <서산 마애산삼존불> <석굴암 본존불>은 시간적 공간이 찰나로 각인되는 자연에서 깊이 를 화면에 담기 위해 오브제를 위치시켰다. 우리에게 시각적으로 익숙한 경외의 대상이나 조각을 무형의 공간 속, 관람자의 눈높이에 배치한다. 대상이 가진 아우라는 작가에 의해 한정된 위치에서 새롭게 읽히며 공간의 깊이감이 더해져 색다른 경험을 마주하게끔 한다. 자연의 풍경과 대상에 내포된 무형의 공간은 <00000-Sam- sara>라는 작품에서 가로 720cm에 달하는 크기의 압도감과 함께 더 풍부한 서사를 담는다. 유형의 세계의 배후에는 무형의 세계가 존재하고, 이 무형의 세계는 유형의 세계를 결정한다. 우리는 작품 앞에서 형체를 걸치고 정신의 경계로 들어가 무형을 파악한다. 


모든 과정에는 쌓아 올리는 행위만이 아닌 화면에 올려진 형상을 다시 갈아내는 행위가 더해진다. 가느다란 붓이 유영하며 일구어 낸 층위는 또 다시 가늠할 수 없을만큼의 세밀한 샌딩작업으로 인해 형적를 남긴다. 이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여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과한 힘이 가해지면 찢기거나 상할 수도 있는 예민한 작업은 작가가 스스로를 실험하려는 자기반영성 위에 놓여진다. <일만번의 금긋기>에 이르러 시각적으로 명확한 형상은 없으나 수 행의 시간만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며 무한의 공간이 주는 서사를 내보인다. 


삶은 생명을 가진 유기체와 환경과의 균형이 깨지고, 노력 이나 운에 의해서 조화가 다시 회복되는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성장하는 삶이라는 것은 이러한 회복이 단순히 본래의 상태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다. 작가가 수행의 과정을 종이에 올리고 또 갈아내는 작업은 단순히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진 것을 공(空으)로 돌리고 남겨진 것을 통해 한걸음 더 나아 가고자하는 다짐이다. 


조기섭 작가는 생각이나 헤아림을 중단한 상태로 마음을 고요하게 간직하는 지점에서 자신의 작업이 있기를 바란다. 그 지점 에는 형상 너머의 형상, 고요 속의 파동이 머무른다. 






Form Beyond Form, Waves Within Stillness 


Curator Kwon Ju Hee


 “Landscapes are culture before they are nature; constructs of the imagination projected onto wood and water and rock.” _Simon Schama


Artist Cho Ki Seob looks at landscapes lain before his eyes and paints the mental state interpreted by his mind’s eyes. Rather than simply replicating the landscapes, it is a process in which he glances at the bottom of his heart and at times, discovers the observations that he had piled up in the past. Therefore, the contour that the artist paints is not the existential nature or the border of landscapes, but is the contour of what has become the artist himself. 


In Cho Ki Seob’s works, we need to pay special attention to the mystic atmosphere in which waves are formed within stillness. The waves that pursue movements within stillness deliver to the audience serene resonance. Such waves seem to be static but in fact are dynamic, seems quiet on the surface but beneth it, broods movements, letting us sense the picturesque liveliness.


The element that decides such movements is the light’s expandability. The whiteness refers to the degree to which the surface of an object appears white to human eyes, or the amount of light that characterizes the white. Depending on the light source, the visual sense is expressed differently according to the contrast of the surface. The whiteness shows a unique illusion by varying the reflectance by protrusion and regression in various layers. 


Especially in and , the light lingers in the white space that compresses color, revealing the form. Works painted soley with silver, gold and clamshell powder that fill up the screen keep expanding, as they hold the light, interacting with or reflecting the surrounding environment. Also, by not confining forms to colors, they leave room for various interpretations.


In Oriental Art, there is one principle that the form is an expression of psyche. Wandering between similarity and dissimilarity, being neither composition nor abstraction, and being stationed between the existing and the non-existant. It means to be at the border of form and psyche. 


In <Bangasayusang>, <Seosan Maaesan Three Buddhas>, and <Seokuramn Buddha> in the Zen-(baegbeob) series, objects are placed to capture depth in nature, where time and space are imprinted in an instant. Artist places the objects or sculptures of respect that are visually familiar to us in a formless space, at the audience’s eye level. The aura of the object is read anew from a limited position by the artist, adding a sense of depth to the space, allowing us to face a different experience. The formless space suggested in the natural landscape and objects delivers even richer narrative along with the overwhelming width of 720 cm of the work <00000-Sam-sara>. Behind the tangible world lies the intangible world, and this intangible world determines the tangible world. From the front of the work, we walk into the border of psyche, wearing forms, and grasp the intangible. 


In every process, not only the act of piling up but also the act of grinding down of the image on the screen is added. The layers created by the slender brush swimming around leave traces caused by incalculably detailed sanding work. A work is completed by repeating this process numerous times. Sensitive works that can be torn or damaged when excessive force is applied are placed on the self-reflection in which the artist is experimenting himself. When it comes to , even though there is no clear visual form, the narrative bestowed by limitless space is presented as the work implicitly contains the time of self-cultivation. 


Life consists of the rhythm in which the balance between living organisms and the environment is disrupted, and harmony is restored through effort or luck. Recovery, in progressive life, does not mean regression to the original state. It means going to a state that is better than before. The artist’s work of piling up and grinding down the process of self-cultivation on paper is not simply a return to the beginning, but is his determination to empty the piled up things into nothingness in order to go a step further through what is left behind. 


Artist Cho Ki Seob wishes that his works are at the place where mind is kept quiet as thoughts and calculations cease. There, form beyond form and waves within stillness l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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