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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 / 2020. 12. 15 – 2021. 2. 28 / 예술공간 이아

평 론 / 이 나 연(독립기획자)


빛을 빚는 눈, 형을 가는 손, 경을 그리는 마음


심경이라 했다. 마음의 풍경. 마음에서 비로소 만들어진 풍경이어 야 그림이 시작된다. 동양화에서 풍경을 그리는 방식은 주로 마음 에 들어온 풍경을 종이에 먹으로 재현하는 방식이었다. 흑백으로 단출하게 그려낸 회화에서 험준한 산세를 읽어내는 것도 가능했다. 빛의 화가라 한다. 서양화에서 풍경을 그리는 방식은 눈에 보이는 찰나의 인상을 캔버스에 생생하게 옮겨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찬란 한 빛을 아름다운 유채 물감색으로 변환해 표현하는 것이 서양화가들이 풍경을 해석하는 방식이었다.우리 눈에 담기는 것은 사실 모두 빛의 잔상이다. 우리가 사람이나 물건이라고 여기기 위해 눈으로 인식하는 모든 것은 빛이 반사해 보여주는 것이다.


조기섭의 회화는 심경을 그리되 빛을 품는다. 그런데 다채로운 물감으로 현혹하는 빛이 그리는게 아니라 빛이 반사하기 좋은 은색을 쌓아올리고 깍고 다듬어 상을 만들어 낸다. 여기서 은색은 무색으로 변환해 읽어도 좋다. 하얀색과 은색 사이, 빛이 없이는 그저 단조로운 무채색이 빛과 만나 아스라히 부서질 듯한 형상을 겨우겨우 만들어낸다. 조금만 움직이거나 빛이 없어지면 사라져버리는 이 형상은 무시로 마음이 변하는 인간의 심경과 닮은 모습이다. 심경 을 이보다 제대로 이해하고 재현하는 회화가 있었던가? 적어도 나는아직 그런 작품을 본적 없다. 너무 많이 그려서 결국 보이지 않게 되는 기막힌 모순을 품고 있는 이 회화는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자꾸만 더 보고 싶어지게 발길을 묶어두면서 제 존재를 호소한다. 


고약하게도 작품 앞에서 작품을 제작하며 걸렸을 시간을 가늠해보길 좋아한다. 예술의 가치란 노동력으로도 시간으로도 셈해지지 않는 법이지만, 남몰래 그 작품 앞에서 작가가 보낸시간을 따져보는 일이다. 특히 작업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작품 앞에서 작가가 숨겨놓은 디테일들을 찾아내며 전문가의 자의식을 충전하기도 한다. “그림 앞에 찍힌 발걸음의 수만큼 그림의 깊이가 만들어진다”고 여기는 작가 역시 나 같은 관객을 상정하고 작업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림 앞을 오간 무수히 많은 발걸음과 캔버스 앞으로 스쳐간 셀 수 없이 다양한 손그림자를 한번쯤은 세어보려는 무모함과 무용함에 위로를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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